서울시교육감 후보 조희연의 둘째아들이 아고라에 올린 글이 화제다. 그 글을 읽은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인용)
어릴 때는 우리 집만 잘살면 되지 왜 그렇게 피곤하게 남들까지 생각하냐고 철없이 반문했다가 크게 혼나기도 했습니다. 용돈 받아 근근이 살아가는 대학생에게 한 달에 몇 만원씩 UNICEF에 기부를 하라시지 않나, 놀고 싶은 방학에 갑자기 장애인 복지센터로 끌고(?!) 가셔서 봉사활동을 시키시질 않나, 솔직히 아들에게는 피곤한 아버지였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이와 같은 확고한 신념이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일에 적용되었을 때, 아버지께서 그 누구보다 ‘평등한 교육’이라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일할 사람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위 인용글의 ‘평등한 교육’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평등한 교육을 지향해선 안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 사회가 ‘평등’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교육시키는 현실 때문이다. 이 나라엔 아직도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공산주의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자유와 평등도 무조건적인 시소 관계로 파악한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평등이란 "나는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또 다른 '나'인 당신도 소중하다."란 인식에서 출발한다. 모든 이들을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근거가 여기 있다. 돈이나 권력이 많다면 이미 스스로 누릴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런 이들에게 굳이 특혜와 특권을 부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평등이란 경제적 여건의 기계적 평등이 아니라 권리와 자유의 평등을 의미한다. 따라서 평등의 확대란 권리와 자유의 확대와도 그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평등의 강화가 자유의 제약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일부 특권층이 유포하는 괴담이나 다름없다. 보편적 권리를 넘어서 법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선, 모든 이가 똑같이 법률에 입각한 권리와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도 법의 테두리 내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고 필요에 따라 타인의 권리를 빼앗아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평등교육이란 특권교육과 대척점에 서는 것이지, 교육환경을 획일화시키고 수월성 교육을 부정한다거나, 교육 기회의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등한 교육’이란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한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평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독자가 잘못 받아들일 염려가 있어서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이 이리 생각하실지 모른다. 이런 기초적인 내용을 굳이 설명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그 뻔하디 뻔한 내용조차 제대로 들어보지 못하고 지내는 이들이 많다. 그와 더불어, 일부 특권층이 유포한 평등의 잘못된 개념이 무한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우리 의식을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평등한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것이 조희연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고 말이다.
다음은 아고라 원문
http://goo.gl/z1rgph
경향신문 관련 기사
http://goo.gl/JI1vDs